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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호(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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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용범 작성일 09-07-22 12:20 조회 5,22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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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호


누군가 33평 아파트에 살다가 66평 아파트로 이사했다면 「갑절의 은혜」를 받았다하여

주변에서 가만히 있질 않을 겁니다.

한턱을 내야 한다는 둥, 아니면 본인 역시 누가 뭐라 하기 전에 한턱을 내겠다하여

오너라가너라 하는 난리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11층에 살다가 22층으로 이사한 일에 대하여는, 아무도 갑절의 은혜를 받았네요

하는 이가 없습니다.

왜 넓어짐에 대하여만 축하하고, 높아짐에 대하여는 침묵할까요?

넓어짐이나 높아짐이나 「갑절」이란 가치를 생각한다면 다 같은 은혜일 수 있는데 말입니다.

갑절의 넓어짐이 은혜라면 갑절의 높아짐도 은혜입니다.


히히 제가 이 은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22층, 까치둥지보다 높은 곳에 저와 우리 가족들의 보금자리가 있는 겁니다.

생각해 보세요.

멋있지 않습니까? 하늘 높은 곳의 집,


천국을 소개하고,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 하는 찬송을 부르는 목사에겐 안성맞춤입니다.

어떤 이들은 어휴 그 높은 곳에서 어떻게 살아, 하고 걱정을 하십니다만, 천만예요...

몇 해전 23층에도 살아 보았기에

22층, 이제는 대단하질 않습니다.


높은 곳이기에 불편한 것도 한 두 가지 있습니다.

자장면을 시키면, 여하한 아래층보다는 식거나 굳어서 배달됩니다.

이거 뭐 대단한 불편인가요?

자장면을 안 먹던지, 가서 먹던지, 아님, 빨리 갖다 주세요 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

또 다른 방법은 식은 자장면, 먹으면 됩니다.

대수인가요?


또 특별한 불편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겁니다.

어쩌다 한번 놓치면 내려갔다가 올라와서 다시 나를 싣고 내려가는데,

아닌게 아니라 급할 땐 답답합니다.


계단으로 가면 어떠냐구요?

누구 벌줍니까? 그렇지 않아도 23층 살 때 시험 삼아 한 번 해 보았는데

오르는데 7분, 내려가는데 5분 걸렸습니다.

이쯤 되면 어떤가요? 세계 역사는 끝장납니다.

더욱이 주차가 지하 2층에 있다면 시간은 더 걸립니다.


새벽기도회 갈 때 종종 발생하는 사고(?)가 있습니다.

신문 배달 아저씨가 타면 층층을 거치면서 내려가야 합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십시오.

궁하면 통한다고...

이런 저런 문제를 감안해서 10분 먼저 움직이면 모든 것이 넉넉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그 불편 도리 없습니다.


좋은 것은 뭐가 있느냐구요?

베란다로 들어올 도둑씨 걱정은 없습니다.

아무리 도둑씨가 배짱이 좋다하더라도 22층에서 아차 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모를리 있겠습니까?

가뜩이나 불경기인 요즘 도둑씨도 목사의 집에는 별것이 없다는 것쯤은

익히 알아서 삼가 하겠습니다만....


좋은 것 또 있습니다.

높은 곳인 만큼 먼 곳이 보입니다.

살면서 먼곳을 응시하면서 사는 것, 미래적이질 않습니까?

특별히 전망이 좋다보니, 남쪽으로 시흥까지 보이고, 북쪽으론 아스란히 일산까지 보입니다.


밤이면 또 어떤지 아십니까?

마치 무슨 라운지에 온 착각이 듭니다.

줄지어 밝혀 있는 자동차 등, 붉고 밝은 등, 번쩍번쩍 거리는 상가

등대처럼 우뚝 선 십자가 등, 볼거리가 많습니다.

잠시 기대어 이 모든 것을 보노라면 시름을 잊습니다.


저 곳에 나 같은 사람들이 나처럼 살겠거니...할 때,

전혀 낯설지 않고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인지 아내는 전망 좋은 앞 베란다를 정원처럼 꾸며 놓았습니다.

인조잔디를 깔아놓고(들어가지 마시오. 푯말은 없음) 철제 차탁을 사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몇 그루의 크고 작은 관상목도 옮겨 놓았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높아서 좋은 것은 높은 만큼 내가 커진 겁니다.

저 거리, 저 사람들, 모두가 적게만 느껴지고, 모두가 작게만 보이는 까닭은,

실제 저들이 적고 작아서가 아니라 내가 컸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착각이긴 하지만 세상을 내려다보며 사는 것, 삼삼합니다.

삶의 무게를 줄이는 한 방편입니다.


참 또 있습니다.

높다보니, 하늘 집이 가까워서 좋고, 하늘 아버지께서 내 기도 잘 듣고

속히 응답해 주실 것이다 하는 믿음 아닌 믿음도 생겨납니다.


저 높은 곳, 새 예루살렘, 황금문 집....

실상은 주님 예비하신 곳이지만....

그 모형으로 2201호에서 누릴 수 있다면 욕하시겠습니까? 샘내시겠습니까?


놀러오세요....

병무청 앞에서 전화주세요....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겐 언제나 개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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