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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날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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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용범 작성일 09-07-22 12:37 조회 5,320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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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날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제께구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생각만 해도 정겨운 명절입니다.

남자들은 신나고 여자들은 피곤한 구정이구요.

어른들은 힘겹고, 아이들은 놀아서 좋다는 설날입니다.


잠시 시외를 다녀오자니 고향가는 차량으로 남쪽 가는 길들은 죄다 막혔습니다.


아들아이는 아침에 세배하러 간다고 나가더니 저녁시간 되서야 들어왔습니다.

어느 권사님 댁도 갔고, 어느 장로님댁에도 갔다면서 세뱃돈을 주시더라며

돈을 보이며 좋아했습니다.


문득 이런 아들아이를 보면서 생각나는 일들이 있습니다.

아마 제가 초등학교 입학전 이었을 겁니다.

상당히 춥게 느꼈던 설날이었는데,

마땅히 세배하러 갈 곳도 없는 저로써는 우리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댁으로

세배하러 갔습니다(제 기억으로는 최초의 세배였음).

세배한 후 세뱃돈을 기대했는데, 내일 준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외상이지만, 철없는 저로써는 그 돈 받으러 내일 가고 모레도 갔다가

결국 며칠만에 받은 기억이 납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오죽하면 세뱃돈 못 주고 그런 단련받았겠나 싶은 것이

그때 그댁에게 죄송합니다만,

그래도 당시 먹고 살만한 집의 아들이었기에 망정이지 부모 욕먹이기 딱 좋은 처사였습니다.


또 다른 일은 초등하교 4학년 때의 일이었을 겁니다.

아버지 친구분께 세배했더니 세뱃돈 대신 수정과를 한 그릇 주셨습니다.

그때의 실망감이란.....

재미있는 것은 처음으로 먹는 수정과였기에 굴꺽 마셨다가

수정과에 담겨진 곶감이 목에 걸렸던 겁니다.


게피 맛은 짙게 나는데, 목에 곶감은 걸려있고 어른들 앞에서 뱉지도 못하고

삼키지도 못해 힘들었던 겁니다.

그후 지금까지 수정과는 잘 먹질 않습니다.

(잠깐! 아이들의 입맛에는 수정과는 맞질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설날을 맞이해서 어디서는 도서상품권을 주자고 하고

또 어디서는 문구상품권을 주자하며 해당협회는 홍보를 해댔습니다만

저는 세뱃돈을 주고자 합니다.

아이들의 기대는 상품권보다 세뱃돈에 관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어른은 아이들이 세배보다는 세뱃돈에만 관심이 있어

자꾸'세배 받으라고' 성화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세뱃돈의 문제가 아니라 예절의 문제입니다.


아니 이럴수록 어려서부터 돈을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할 성싶습니다.

예컨대, 돈은 노력한 만큼의 댓가로 주어진다.

돈은 깨끗하게 관리해야 된다.

돈은 써야된다.


바르게 벌고 바르게 관리하고 바르게 쓸 수 있도록 교육한다면,

나날이 비대해지는 자본주의 속에 살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주는 비결이기도 할겁니다.


아들아이는 세배 갔다 온 후 상기된 얼굴로 그간 있었던 일을 얘기했는데,

어쩌면 아들아이는 지금까지 커오면서 오늘 일은 처음 겪는 대사였을 겁니다.

교회 형과 누나 전도사님과 함께한 일들......

컸기에 이룰 수 있는 일이고,

커가면 겪는 일들이기에...

경험을 통해 예절을 배우고, 끼리끼리 몰려다니면서 공동체를 배우고,

세뱃돈을 받으면서 경제를 배웠을 겁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자립도 배울겁니다.


커가는 자식, 언제까지 부모가 끼고 살수는 없을 것이요.

큰자식 언젠가는 저 홀로 이 세상에서 남겨져서 홀로서야 하기에 말입니다.


이런 자식 부모 안에서 부모를 통하여 이 모든 인생지혜와 경험을 배우지는 못할 터이고

아니 가리키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말은 낳아서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 했고,

또 젊어서 고생은 사서 못한다고 했나봅니다.


올 설날은 없는 고향 그려보거나 세상 떠난 아버지가 그립질 않을 겁니다.


다만 벌써 저만큼 커서 끼끼닥거리며 세배를 다니는 아이를 보면서

한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왔구나!하는 성경구절을 음미해 볼렵니다.


목사님 세배 받으시라구요?

아니요 세배대신 함께 만세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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