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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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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용범 작성일 09-07-19 12:47 조회 4,889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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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빈집으로 이사가기에 이사당일 번잡함을
덜어볼 요량으로 장롱, 장식장들을 미리 옮겼습니다.

옮기고 보니 그 자리만큼 넓었습니다.
옮기고 보니 그 딴 것 없어도 살만 했습니다.

그간에 짐 많은 것을 생각지 않고, 집 좁은 것을
타박했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없어도 될 것을 붙들고 살았던 날들이 이상했습니다.

흩어짐의 미학이라고 할까요.
구태여 반듯반듯하게 단정치 못하게 사는 것도
사는 것이다. 하는 새로운 생활미를 보았습니다.

순간 내 마음속에 찾아오는 한 지혜가 있었습니다.
내 마음속에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진주처럼 끼고 살았을 그것은 없어도 될,
아니 차라리 없으면
더 좋을 그 무엇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소유의 삶도 아름답거늘,
집착과 소유의 삶만 아름다운 냥 착각하고
속아서 지탱하고자 힘겹게 살았던 삶은 아닐까? 했던 겁니다.

거기 빈자리엔 그림자 같은 자욱이 남았습니다.
놓였던 모습 그대로....
놓였던 시간만큼 남겨진 겁니다.

그렇다면
내 얼굴과 내 마음과 내 생애엔
무엇이 남겨 질까나?

저는 압니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느끼면서도
며칠 지나면 그 빈자리가 허전하다고 습관처럼 채워 놓고
종전처럼 채워져야 안정감을 얻을 겁니다.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디모데전서 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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