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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5/27]장미원 > 목사님칼럼

[2003/5/27]장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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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12-23 12:27 조회 5,161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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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원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옛 우이동에는 장미원이 있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장미 밭이었습니다.

그때 보았던 노란 장미가 잊혀지질 않습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한 때는 명동에도 장미원이 있었습니다.

샤보이호텔 골목 한일사전당포 옆의

로즈가든이라는 경양식 집이었습니다.

아마 3층인가 했는데

그때 토요일 오후이면

지금보다 더 싱싱했던

허참씨가 가끔은 출연해서 웃겨주던 곳이었습니다.

그곳의 테이블에는 빨간 양초가 장미마냥 타올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사는 이곳에도

장미원이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 이사 온 나로서는 몰랐던 일입니다.

비교적 나무가 많은 동네이기에

여름이면 모기가 있겠다 싶긴 했어도

그 숲 사이에 이토록 장미가 지천인지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각 아파트 단지마다

흰 장미 노란 장미 붉은 장미

붉다 지친 흙 장미까지

온통 장미 장미 장미 투성입니다.


아파트 입구에도 담 옆에도 놀이터에도

심지어는 각동의 출입구 지붕위에도

화려하게 피었습니다.

3.4월에는 철쭉이 가득 차더니

지금은 장미가 만발한 것입니다.

흥, 꽃동네냐고요?

아직까지는 그런 셈입니다.


도시의 삭막함과

뒷골목의 지저분함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여간 즐거운 게 아닙니다.

이 장미를 보면서

새벽길을 오고 갑니다.

그리고 하루에 서너 번을 오고가니

꽃 미남이 된 듯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가던 길 멈추고 향내를 맡아도 보았습니다.

언젠가는 벌 나비가 심방 왔는가 하여 두리번거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꽃은 큰데 색은 좋은데

그 좋다던 샤넬 NO5의 장미향은 없었습니다.

벌, 나비도 없었습니다.

종이 장미처럼 된 것입니다.


앞서 있는 공장의 소음이

먼저 있던 공장의 매연이

아니면 현대의 오만함과 방종함이

장미를 타락시켜 이단이 되게 했나 봅니다.


이제는 장미에게 말 건네고 싶습니다.

너 시험에 들었느냐고?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기도하라고…….


목사다운 주문이지만,

이 주문은 비단 꽃만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목사와 성도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설교의 열정은 있는데 빛이 없습니다.

경건의 모습은 있는데 능력이 없습니다.

열정은 있는데 믿음이 없습니다.

성회는 있는데 주님이 안 계십니다.


붉진 않아도

은은한 향을 발하는 산골짜기의 야생화가 그립습니다.

화려하거나 요란스럽진 않아도

벌 나비를 끌어 드리는

이름 모를 꽃들이 아쉽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힘은 가시의 무력보다

작더라도 감동을 주는 잔향에 있습니다.

지금은 장미원보다 참향을 내는

한 송이의 장미가 요청됩니다.


딤후 3:1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하는 자니

이 같은 자들에게서 네가 돌아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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