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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칼럼] 흰 고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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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05-12-01 14:09 조회 5,78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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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무신



심산유곡 어느 암자에나 있음직한 흰 고무신이 도시형 아파트인 우리 집에도 있습니다.


이름 하여 대덕 고무의 갈매기표




겨울 내내 신발장 구석에 박혀 있다가 봄이면 행동을 재개하는데,


존경하옵는 가장님의 신발인지라


현관이든 어디든 기세등등하여 항상 중앙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굳이 고무신을 예찬하자면,


◎ 값싸고 질기다.


◎ 유행에 민감하지 않는다.


◎ 발이 편하고 잘 맞는다.


◎ 가볍고 관리가 쉽다.


◎ 소리가 나지 않는다.


◎ 항시 깨끗할 수 있다.




흰 고무신에도 나름의 풍류가 있는데 옛날을 회상하면 쉽습니다.


여름날 풀 잘 먹인 모시적삼입고 한손에 오죽선 들고 조금 넉넉한 고무신을 맨발에 신는 것


그리고 대청이나 우물가나 마당이나 기껏해야 동구 밖까지 나가는 행보에 더 없이 멋있습니다.




그러나 나는야 추억의 산물이기에 정겹습니다.


어릴 제 지겹도록 신었던 검정고무신,


운동회 때 벗겨지던 밤색 고무신,


때로는 접어서 자동차냥 갖고 놀았고,


냇가에선 피라미 잡는 도구로 혹은 그 잡은 피라미를 간직하는 어망이었던 것입니다.




또 있지요!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문지르고 빨아서 힘껏 돌려 털어서 신기도 했던 지극히 간편한 신발이었습니다.




이 고무신은 고맙게도


닳거나 찢어져 그 사명을 다할 때면 엿장수에게 넘기어져 심심한 소년의 먹을거리도 되었습니다.




어쩌면 늙어가면서 남들 신지 않는 고무신을 신는 것은 그때 그 시절의 정겨움의 회상인지…….


아님 교회당에선 더 없이 소리 없고 편리하기에... 신게 됩니다.


여기에 흰고무신은 순결하고 청결미도있어 목사에겐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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