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칼럼]신나는 인생
페이지 정보
본문
신나는 인생
요즘 저는 한 아저씨를 보게되면 즐겁습니다.
저희 아파트의 경비아저씨인데,
오십은 훨씬 넘은, 중앙 통로 경비 아저씨입니다.
요즘 그 아저씨를 이틀에 한번씩은 꼭 보게 되는데
아마 2교대를 하는가 봅니다.
한 겨울날 그것도 오밤중에 오고가는 차량들을 확인하는 것이 뭐가 즐겁겠습니까?마는
이 아저씨는 그래도 항상 웃음을 머금고 오고가는 차에게 거수경례를 착착 부칩니다.
놀라운 것은 그 거수경례하는 동작이 마치 군 검문소의 헌병들처럼 절도가 있다는 겁니다.
착 올라가면서 몸을 가볍게 좌우로 흔드는.... 뭐 그런 것 있잖습니까?
바로 옆 해군 관사 위병들 보다 몇 배 나아 보였습니다.
나는 이 아저씨가 혹시 헌병 출신?
하기도 했지만 설령 했다 치더라도 그 세월이 언젯적입니까?
누구처럼, 나름대로, 초소 안에 들어가서 대충,그러면서 대강대강 오고가는 차 눈으로 확인하고 장부에 기재할 수 도 있었겠지만,
이 아저씨는 그렇지 않았던 겁니다.
모르긴 해도 이 아저씨는 이왕이면 즐겁게 이왕이면 폼 나게 하자! 아니면 살자! 하는 듯싶었습니다.
이 아저씨의 대한 호감은 몇 년 전부터 입니다.
우리 동 경비를 볼 땐데,
아이들이나 아내가 그 아저씨를 종종 얘기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날은 짐을 갖고 오는데 저기서 보고 뛰어와 짐을 들어 엘리베이터 앞까지 갖다 주었다는 등...
쓰레기를 버리러 가는데 대신 버려주었다는 등...
아닌 게 아니라 내게도 이런 일이 있었는데, 진눈깨비가 오던 날 당신은 맞으면서 내게 우산을 씌워 주었습니다,
그간의 날을 더듬어 보면 경비실에만 앉아 있으면서 졸거나 잡담하기 보다는 쓸고, 뽑고 하는 등... 계속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더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아저씨가 지금의 중앙통로로 전근(?) 가던 날,
인터폰으로 작별인사를 하는데,
목 메이며 고별사를 했습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경비 하면서, 그것도 이동에서 저 통로로 옮겨가는데 인사하고, 그 인사에 목 메이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쯤 되니,
자연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사다 건네고,
운동할 때 마주치면 사탕도 건네게 되었습니다..
이런 아저씨이고 보니 이 아저씨 인사만큼은 차안에서 받기가 송구스러워서 새벽이든, 비 오는 날이든 차 유리문을 내리고 목례로 답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수님을 이렇게 신나게 믿는다면,
목사일도 이렇게만 한다면
학생이 공부도 이렇게만 해준다면 ,
며느리가 시어머니 공경을 이런 마음으로 한다면,
택시기사도 공무원도 이쯤만 되어 준다면
세상은 밝고.사람 만남은 즐거운 일이 될겁니다.
이아저씨 비록 지체 높은 분은 못되고 비록 부러운 직무는 아닐지라도
행복자요 즐거운 인생의성공자입니다.
옛말에 절간에 가서 새우젓 얻어먹는 것도 다 자기 할 탓이라고 했던가요?누구든 어디서든 이쯤되면 사랑과존경을 받을겁니다.
늘 설교하는 목사지만,
무언의 설교 속에 감동 받았습니다.
올 설날에는 양말이라도 드리면서 성함도 묻고, 헌병출신이냐고도 묻고, 혹 예수님 믿느냐고 물어야겠습니다.
잠언 25장 13절)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케 하느니라”
- 이전글[2002년칼럼] 수만이의 눈물 05.12.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